🥘 푸드 인플레이션의 숨은 주범들

마트에 가면 사람들은 장바구니가 점점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양은 줄고 가격은 올랐으며, 할인 품목도 예전처럼 흔하지 않다. 이러한 체감은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닌, 푸드 인플레이션(Food Inflation)이라는 구조적 문제의 결과다. 사람들은 보통 기후 변화나 원자재 가격 상승을 그 원인으로 떠올리지만, 실상은 그보다 복잡하다. 식품 가격은 유통 구조, 노동력 비용, 수입선 다변화 실패, 글로벌 물류망 붕괴 등 다양한 비가시적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 같은 나라는 외부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충격이 서민 경제에 더 직접적으로 전해진다. 이 글에서는 뉴스에 잘 나오지 않는 푸드 인플레이션의 ‘숨은 주범’들을 경제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앞으로 소비자와 정부가 어떤 접근을 해야 할지를 제안한다.

🧭 1. 수입 식자재 의존도: 구조적 약점

한국은 밀, 콩, 옥수수 등 주요 식량자원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한다. 특히 곡물자급률이 20% 이하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국제 곡물가 변동에 국내 물가가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구조를 고착화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기, 밀가루 가격이 오르자 즉석식품, 빵, 라면 등 전방위 가격이 상승했다.
수입선 다변화가 되지 않아,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국제 정세에 따른 충격도 더 커진다.

이처럼 수입선 집중은 단일 리스크가 아니라, 식탁 물가 전체를 흔드는 중대한 위험 요소다.

🚚 2. 글로벌 물류망과 컨테이너 운임비의 급등

2020년 이후 코로나19와 함께 글로벌 물류망이 심각하게 흔들렸다. 항구 운영이 제한되거나, 컨테이너 수급이 꼬이면서 운송비가 폭등했고, 이 비용이 고스란히 식품 가격에 전가됐다.

20피트 기준 컨테이너 운임이 한때 5배 이상 상승
신선식품은 보관과 유통 기간이 짧기 때문에, 물류비 상승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소비자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유통비 증가를 정확히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식품 가격 인상이 체감되더라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3. 식품 유통 구조의 비효율성

한국의 식품 유통 구조는 여전히 다단계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3~5단계를 거치며, 각 단계마다 이윤이 더해진다.

예를 들어,

농민이 1,000원에 출하한 상추는, 유통-도매-소매 과정을 거치며 소비자에겐 3,500원에 팔릴 수 있다.
유통단계에 있는 비용 중에는 단순 물류비 외에도 ‘관행적 마진’이 존재한다.

이러한 구조는 가격 상승기에는 빠르게 소비자 부담으로 전이되며, 인플레이션의 은밀한 가속 장치로 작동한다.

🧑‍🌾 4. 농업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

고령화와 농촌 인력 부족은 식품 생산비의 근본적인 상승 요인이다. 농업 종사자 평균 연령은 계속 높아지고 있고, 젊은 인력 유입은 극히 제한적이다.

인건비는 오르지만 생산성은 정체
일손 부족으로 수확이 지연되거나 포기되는 사례 증가
이는 단기적으로 공급 감소를 불러오고,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인건비 상승은 수확 비용이 높은 과일·채소류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 5. 브랜드 프리미엄과 심리적 가격 조정

소비자들은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식품 기업들이 심리적 가격 조정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이용하는 구조도 존재한다.

원재료 가격 상승을 명분 삼아, 실제 원가보다 더 큰 폭으로 가격을 인상
중량은 줄이고 가격은 유지하는 ‘슈링크플레이션’ 전략 확산
프리미엄 라인 확대를 통한 평균 단가 상향 조정

이는 체감 물가와 실질 인플레이션의 괴리를 만드는 요인이 되며,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 결론: 식탁 위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려면

푸드 인플레이션은 단순한 자연재해나 기후의 결과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수입 의존, 물류비, 유통 구조, 인력 구조, 기업 전략 등 복합적인 ‘숨은 주범’들이 얽혀 있다.

앞으로 푸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이 필요하다:

식량 자급률 제고를 위한 농정개혁
공공 물류센터 및 유통 직거래 시스템 확대
식품 산업의 가격 투명성 강화 및 소비자 고지 의무 강화
도시농업, 스마트팜 등 신규 생산 모델 도입

이러한 구조적 대응 없이는, 우리의 식탁은 점점 더 비싸지고, 얇아질 수밖에 없다. 푸드 인플레이션의 진짜 얼굴을 파악하는 것이 경제 정책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